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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하얼빈 - 김훈 장편소설

by jjvoka 2022.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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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 장편소설

  • 저자 : 김훈
  • 출판 : 문학동네
  • 출간 : 2022.08.03

 

100권의 목표


2022년도 드디어 100권의 목표를 이 책으로 달성했다. 

9월 27일부터 읽기 시작하며 언 한 달이 다되 가도록 지지부진했었다. 

 

역사적 인물을 배경으로 한 책에 대한 나의 리뷰와 우연히 보게 된 다른 분의 리뷰가 극과 극을 달림에 역사적 지식 부족에 대한 정체성이 몰려오며 잠시 책을 놓았었다. 

그러던 중 근래 심도 있게 파고 있는 '소설 쓰기의 모든것 1 : 플롯과 구조'에서 이런 내용이 소개된다. 

 


좋은 소설은 독자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끈다. 
어떠한 논증이나 사실이 아니라 새로운 삶이 책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환상을 통해서 말이다. 
독자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 즉 인물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산다. "​

이 대목에서 문득 떠오른 게 내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이며 내가 느낌 감정을 왜 애써서 지우며 각성하려 했는지 돌이켜 보게 된다.

 

중요한 건 난 소설로 받아들였기에 다시금 책을 들 수 있었다.

 


하얼빈


이야기는 '안중근'의사와 '이토 히로부미' 두 시선으로 전개된다. 

책을 통해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일본군 장교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그를 암살해야만 했었던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조선 통감 자리에 있던 이토 히로부미는 도장 하나로 조선을 농락하고 있었다. 

 

왕권의 지근거리에서 세습되는 복락을 누린 자들일수록 왕조가 돌이킬 수 없이 무너져갈 때는 새롭게 다가오는 권력에 빌붙으려 한다는 사실을 이토는 점차 알게 되었다. 도장의 힘은 거기서 발생하고 있었다. 도장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살육을 피할 수 있고, 조선에서 밀려나는 서양 여러 나라들의 간섭을 막을 수 있고, 사후 처리가 원만할 것이었다.
하얼빈 중, P.17

 

책에는 수많은 민중 투쟁이 그려지고 있고 잃어버린 나라를 스스로 찾고 지켜내겠다는 우리 조상들의 얼이 고스란히 묻어 난다. 

​이토는 조선 통감 자리에서 내려온 후 하얼빈으로 만유(漫遊) 여행을 가게 된다. 이때 안중근은 권총을 구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며, 여비를 마련하여 우덕순과 하얼빈으로 이동한다.

안중근은 거사를 치르기 전 우덕순과의 장면은 내 감정의 골을 건드리며 마치 내가 전장에 뛰어드는 것 같은 비장함을 느끼게 한다.

 

안중근은 우덕순을 이발소로 데려갔다.
- 머리를 깎자. 잡히 때 깔끔한 게 좋겠다. 새 옷도 입고.
- 그렇겠구나."
하얼빈 중, P.141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 

 


안중근은 세 발의 총알로 이토 히로부미 저격하고 이토는 철로 위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후 안중근은 러시아 헌병대에게 붙잡히고 여순감옥에 옥살이를 하며 재판을 받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거사 직전 과정과 이후 과정은 초반과 다르게 긴장감과 몰입감으로 읽기가 수월해진다.

 

이토의 죽음 후 황실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순종, 뮈텔 주교의 하얼빈의 거사를 교리상 '죄악'으로 단정 짓는 일들은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1910년 3월 26일 여순감옥에서 사형 집행을 당한다.

 

구리하라가 전옥이 집행을 선언하고 나서 안중근에게 말했다.- 할말이 더 있는가?- 없다. 다만 동양 평화 만세를 세 번 부르게 해다오.
하얼빈 중, P.276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역사

 

책에 심취해 있고 아무도 없던 공간인지라 저 대목에서 목 놓아 울게 된다. 그 여운이 책을 읽고 복귀하는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며 먹먹함 가득했다.

​작가 후기에서 안중근의 자녀들의 삶을 볼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안중근의 삶과는 반대의 삶을 걸음에 개탄과 분노가 치밀었다.

작가는 안중근의 '대의' 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 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고 한다.

작가 말하고자 했던 의도는 책에 아주 잘 녹아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다시 얼마 지나지 않은 그 역사를 다시 되새겨야 할 때임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책속의 인상 깊은 문장

- 그대가 믿는 천주교에서도 사람을 죽이는 것은 죄악이 아닌가?- 그렇다. 그러나 남의 나라를 탈취하고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자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더 큰 죄악이다. 나는 그 죄악을 제거했다.
'하얼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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