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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편지(手紙), 히가시노 게이고

by jjvoka 2022.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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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배경


눈물샘 자극이 필요한 분에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나누어 보면 추리, 미스터리, 감동 등 장르가 다양하다. 

그중 추리물이 히가시노 게이고를 대표하는 장르이고 나 또한 그의 추리 장르를 많이 접했었다.

그중 『편지(手紙)』는 전형적인 감동에 해당하는 장르에 속하는 작품이다.

만약, 감동과 눈물샘 자극이 필요하다면 『편지』는 그 이상의 만족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2006년도 일본에서 영화 개봉 후 그 인기로 인해 문고판이 출간되며 당시 최고의 판매 기록을 세우며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오른다. 그의 작품 중 이전 작인 『도키오(아들 도키오, 2020 재 출간)』 또한 대표적 감동 소설로 알려져 있고, 당연히 2013년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감동 스킬의 집대성 작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그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본 책 『편지』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세 군데 장면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간략한 줄거리

편지, 

 

어머니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두 형제만 남게 된다. 맏형인 '츠요시'는 동생을 위해 어머니 역할을 자초한다.

다니던 학교마저 나오며 온갖 일을 하며 동생 '나오키'를 돌보게 되는데, 평상시 어머니 유언과도 같았던 대학에 보내기 위해선 큰돈이 필요했다. 결국 한 노인의 집에 숨어들어 돈을 훔치다 발각되어 의도치 않게 살인을 저지른다.

츠요시는 바로 잡히게 되고 교도소로 수감된다. 

형의 수감으로 졸지에 고아가 되어버린  '나오키'는 어머니와 형의 돌봄 속에 살았기에 살길이 막막해진다. 하지만 더 어려운 문제는 바로 형의 범죄 행각이었다.

형인 '츠요시'가 저지른 범죄임에도 나오키는 범죄자의 가족이란 딱지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속에 차별적인 존재가 돼가고 있었다.

이후 수감된 형은 '나오키'에게 매달 편지를 보내게 된다.  

하지만, 나오키는 범죄자의 가족 그것도 '살인강도'라는 큰 죄목은 그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형의 편지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나오키는 고된 삶을 이어가지만 자신 보다 더 어려운 삶 속에 꿈을 버리지 않는 모습을 보고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잘 풀릴 것만 같은 일들이 매번 형의 범죄 딱지가 꼬리표처럼 붙어 그를 좌절로 빠트리게 만든다. 

결국 형의 편지를 받지 않기 위해 이사도 해가며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한다.



주관적인 생각


책은 살인범의 가족이 겪는 사회적 차별로 인해 범죄자와 같은 고통을 받아야 하는 나오키의 성장 과정을 볼 수 있다. 

그런 책에서 난 세 가지 질문을 받을 수 있었다. 

​"나의 꿈, 나를 괴롭히는 것, 나의 고통".

 



나오키의 꿈,


어려움 속에 나오키가 첫 꿈을 가지고 발을 딛게 되는 과정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나오키가 힘겹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재활용 회사에 취직하며 고된 일과를 보내게 된다. 형이 수감된 후 힘겨운 삶이 지속되었기에 당장 아파트를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기숙사가 있는 회사는 보수는 작지만 그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갈 곳이 없던 그는 그곳에서의 삶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러던 중 함께 기숙사를 쓰던 동료 '다카오'와의 이야기 중에 인상 깊은 문장이 나온다.

“꿈을 버린다는 것 말이야. 다른 녀석들에 비하면 훨씬 더 어려운 길일지 모르지만 그 길이 아주 사라져 버린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중에서

그리고, 그가 남기고 간 영어, 수학, 국어 등의 참고서를 보며 그의 공부 흔적을 본다. 그리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던 구라타를 생각하며 자신보다 훨씬 힘들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데이토 대학 통신교육부'라는 책자를 보게 되며 그의 첫 꿈을 향해 발을 딛는 과정은 답이 없을 것만 같던 절망 속에 자신보다 더 한 삶을 보며 깨달음을 얻게 된다.



형의 편지,


편지 좀 그만 보내면 좋을 텐데. 나오키는 그런 생각을 했다. 

답장을 안 하는 게 자기를 피하기 때문이라는 걸 왜 알아차리지 못하는 걸까? 자기가 보내는 편지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에 동생을 옭아매는 쇠사슬이란 걸 왜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웬 연근튀김 타령. 속 편한 소리다.

'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중에서

만약 내가 나오키의 입장이 되었으면 어땠을까? 

형은 나오키의 상황을 전혀 모른다. 또한 나오키의 삶에 있어 살인범의 가족이란 딱지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지 못하며, 그로 인한 사회적 차별도 전혀 느끼지 못한다. 

나오키는 그로 인해 형으로부터 도망치려 하고 있다. 

어머니의 역할을 위해 몸이 망가지도록 일을 했던 형, 제 몸조차 제대로 가눌 수 없던 그가  자신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범죄의 늪으로 빠진 것은 분명 나오키에게도 큰마음에 짐이 된다. 

책을 읽으며 나 또한 나오키와 같이 공분했었다. 

'왜 나오키 처지도 모르면서 속 편한 소리로 계속 편지를 보낼까?'라고 생각은 했지만, 책을 덮고 생각을 하며 또 다른 생각으로 채워져 갔다. 

형은 나오키만을 위해 헌신을 다했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물론 자신보다 더 소중한 나오키를 걱정하고 생각하는 마음에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편지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편지는 그 방향이 어찌 되었건 나오키의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나오키가 회피했으면 회피했지 한 번도 싫은 소리 담아 회신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마지막 가족을 구한다고 형과의 인연을 끊겠다는 마지막 편지는 한편으론 후련함도 있었지만 먹먹함이 밀려왔다.​​



차별과 고통,


“자네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차별당하고 있다고. 

교도소에 들어간 건 내가 아닌데 왜 내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느냐고.”

'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중에서

그가 회사에 발생한 절도 사건 수사 중 자신의 형이  외국에 유학하지 않고 교도소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 이후 얼마 가지 않아 인사과의 조치로 물류창고로 발령 나게 되고 결국 나오키는 또 한 번의 좌절을 겪게 된다. 그 동안 형으로 인해 받아온 범죄자의 가족이란 차별 속에 그가 받아온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속한 사회 속에도 여러 범주 안에 다양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내 삶을 잠시 돌아보면 내가 겪고 있는 고통 또한 그런 차별이었고, 내가 몸 담고 있는 조직의 경우 학연, 지연에 얽매여 그로 인한 차별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오죽 하면 서울대 석사과정을 마친 같은 팀 선배가 2년도 채 못 채우고 등쌀에 못 이겨 퇴사한다. 그 후 20년이 지나 그의 정년 퇴직즘 조우할 수 있게 되었고, 학벌에 연연하지 않던 그때의 모습과 더욱 여유롭고 너그러워진 그의 모습에 존경심이 들기도 했다.

​나 또한 수도 없이 차별 속에 묵묵히 버틸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차별이라 생각하지 않았을 때 비로소 그들과 어우러질 수 있었다. 그들이 나온 그 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음에도 그들과 어울리며 융화될 수 있었던 건 나 스스로가 차별이라 생각하지 않고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마치며


아직도 울고 싶은 게 많았었나 보다.

​생각지도 않던 장면에서 울컥하며 치밀어 오르는 복받치는 감동을 이 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이 던진 세 가지 물음을 생각하며 정리하는 시간은 책이 주는 재미와 감동 이상의 소중한 시간이 되었음을 느낀다. 

만약,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지금 이 소설을 읽어보길 권해본다.

 


“항상 도망 다니며 생활했기 때문에 이제 도망치는 건 싫어. 
다른 사람이 도망 다니는 것도 싫어. 
그래서 너도 도망치지 않았으면 했어. 그뿐이야.”
'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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