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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고전 문학 재미있게 읽는 방법, 노인과 바다 4종 비교

by jjvoka 2022.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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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이 고전 문학에 미치는 영향

고전문학의 작품 해설에 대한 고찰


​『노인과 바다』를 올 5월 초에 접한다.

아주 오래전 흑백영화의 잔상만 기억 속에 남아 있을 뿐 얼굴 한번 못 본 먼 사촌 느낌마저도 든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독서가 시작된 후 고전문학도 틈틈이 읽게 되었다.

얼마 전 독서 기록들을 정리하던 중 유일하게 '노인과 바다'에 대한 메모나 리뷰는 온데간데없고 독서 기간만 남아 있었다.

근래 기존에 읽었던 고전 문학에 대한 리뷰를 다시 쓰기 시작하며 역자의 작품 해설을 참고하고 타 출판사에서 출간한 동명 작품의 해설서도 참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이라면 전엔 못 느꼈던 책의 내용 보다 역자의 작품 해설이 더 어렵다는 느낌이 몰려온다. 

예를 들자면, 

 

'나는 아침에 늘 7시 전에는 일어나 회사에 간다.'  

위와 같이 한 문장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는 느낌도 든다.

"그가 매일 아침 7시 전에 일어나야 했던 이유는 어릴 적 부모로부터 엄격한 교육을 통해 몸에 밴 습관의 영향과 전쟁 직 후 기아에 시달리며 고통받던 시대 상과 맞물려 있다. 그는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 "


나름 머릿속에서 지워진 고전문학을 읽으며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느껴며 작품 해설 페이지로 넘어가던 찰나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감흥은 어느새 사라지고 마치 내가 허투루 책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난 단지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고전 문학이란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역자의 작품 해설은 논술 대비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참고서 같은 느낌이 몰려온다.

그런데 지난 5월의  『노인과 바다』는 짧지만 인상 깊은 내용과 역자 후기로 더욱 감명 깊었던 작품이었다.

그로 인해 요 근래 고전 문학 리뷰를 쓰며 느낀 괴리감이  『노인과 바다』에서는 어떤지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동명의 책들 중 상위 네 권의 책을 비교하게 되었다.

주요 비교 대상은 역시 작품 해설이다. 

이는 번역된 책 내용은 거의 다 비슷했고, 전체적인 문맥을 놓고 보면 다르게 해석되거나 이해 못 할 요소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결론은 예상대로 단 한 권을 제외한 나머지 책들은 비슷하면서도 역자만의 특색으로 작품 해설을 하고 있는데  역시 내 생각과 같이 난해함이 느껴졌다.

​독서토론을 하다 보면 같은 내용도 저마다 각기 다른 해석과 생각으로 저마다의 의견을 발표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하지만, 책을 읽은 독자가 바로 접하는 건 옮긴이의 작품 해설인데 유독 고전문학의 작품 해설은 참고서나 학술지 같은 이유는 뭘까?

그럼 잠시 비교해 보자.

 

도서 비교

비교할 도서는 네 군데 출판사에서 출간한 도서를 대상으로 했다. 

 



더 클래식에서 출간한 '노인과 바다'를 처음 구매하여 읽었도, 비교를 위해 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을 제외하고 25권(아동도서 포함) 중 인기순위 3종을 선택하였다.

 

 

옮긴이 소개와 문장 비교

출판사별로 번역을 맡은 역자들의 약력은 상당히 화려하다. 

​문장 몇 구절 가지고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순 없겠지만 해당 구절이 역자의 스타일을 어느 정보 보여주고 있기에 발췌해 보았다.

처음 읽었던 더클래식의  『노인과 바다』 보다 전체적으로 문장 표현이 나와 맞는 책도 있었다. 

 

 

더클래식 / 이수정 옮김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수학하고, 1999년에 미국으로 이주해 본격적으로 영어 번역을 시작했다. 한인 로컬 매거진 편집장으로 있으면서 다수의 매거진을 창간·편집했고 칼럼니스트, 에세이스트, 소설가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번역서로 《게이츠가 게이츠에게》, 《땡큐, 스타벅스》, 《나는 가능성이다》, 《혼자 이기지 마라》, 《100개만으로 살아보기》 등이 있다.

 

 

 

 

“굉장한 물고기 더구나.” 테라스 주인이 말했다.“저런 물고기는 한 번도 본 적 없어. 어제 네가 잡은 두 마리도 꽤 괜찮았다만.”“제 물고기에 대려고요.” 소년은 말하다 또 울기 시작했다. “뭐라도 좀 마시겠니?” 주인이 물었다. “괜찮아요.” 소년이 말했다.“사람들한테 산티아고 할아버지를 번거롭게 하지 말라 전해주세요. 다시 올게요.” “내가 안돼하더라고 전해주려무나.”
더클래식, '노인과 바다' 중에서
“이젠 다시 저하고 같이 잡으러 가요.” '“아니야. 나는 운이 없어. 운이 다한 사람이야.” “아니, 운 이라니요?” 소년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운 같은 게 뭐 대수라고요.” 소년이 말했다. “그 운은 제가 가지고 가죠 뭐.” “네 가족들이 뭐라 하겠니?”
더클래식, '노인과 바다' 중에서

 

민음사 / 김동욱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미시시피 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뉴욕 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대학교, 듀크 대학교,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등에서 교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서강대학교 명예교수이며,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 통번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번역의 미로』, 『번역과 한국의 근대』, 『포스트모더니즘』, 『문학 생태학을 위하여』, 『은유와 환유』, 『수사학이란 무엇인가』 등을 썼고, 『왕자와 거지』,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위대한 개츠비』, 『주홍 글자』, 『앵무새 죽이기』,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등을 옮겼다.

 

 

 

 

 

 

“정말 굉장한 고기더구나. 저렇게 큰 놈은 난생처음 보았다니까. 어제 네가 잡은 두 마리도 꽤 좋은 놈이었다만.” 주인이 말했다. “제가 잡은 고기, 그까짓 거야, 뭐.” 소년은 이렇게 말하고 또다시 울기 시작했다. “너도 뭐 좀 마실래?” 주인이 물었다. “아뇨. 산티아고 할아버지를 귀찮게 하지 말라고 일러 주세요. 전 그만 돌아가 봐야겠어요.” 소년은 대답했다. “내가 마음 아파하더라고 전해 다오.”
민음사, '노인과 바다' 중에서
“이젠 할아버지하고 같이 나가서 잡기로 해요.”“그건 안 돼. 내겐 운이 없어. 운이 다했거든.”“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운은 제가 갖고 가면 되잖아요.” 소년이 대꾸했다.“네 가족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
민음사, '노인과 바다' 중에서

 

더디 / 황재광  옮김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후 교환학생으로 도미하여 뉴욕의 롱아일랜드대학교에서 영문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뉴욕대학교(NYU)에서 같은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계명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서로는 『근대 영미시선』 『19세기 미국 단편 걸작선』 『하트 브레이커』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퐁텔리에 부인의 각성』 『윌랜드』 등이 있다.

 

 

 

 

 

 

“정말 대단한 물고기야.” 가게 주인이 말했다. “저런 물고기는 생전 처음이야. 어제 네가 잡은 물고기 두 마리도 참 좋았지만 말이지.”“그까짓 거, 제가 잡은 고기야.” 소년은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너도 뭣 좀 마실래?” 하고 주인이 물었다.“아니요” 하고 소년이 말했다. “사람들한테 산티아고 할아버지를 귀찮게 하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다시 올게요.”“내가 안타까워하더라고 전해주렴.”
더디, '노인과 바다' 중에서
“이제부터는 같이 다녀요.”“아니다. 난 운이 없는 사람이야. 나한테서 더는 운을 기대할 수 없어.”“그까짓 운.” 소년이 말했다. “제가 운을 가지고 다니면 되죠.”“네 가족들이 뭐라고 안 하겠니?
더디, '노인과 바다' 중에서

 

문예출판사, 이경식

 

연세대학교 문리대 영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아대학교 부교수와 한성대 교수를 지냈다.

주요 번역서로 에리히 프롬의 《잃어버린 언어》, 콜린 윌슨의 《문학과 상상력》, 워렌의 《천사의 무리》, 제임스 힐튼의 《잃어버린 지평선》, 웨이드레의 《현대 예술의 운명》 외 다수가 있다.

 

 

 

 

 

 

 

“정말 대단한 고기였어.”주인이 말했다.“저렇게 큰 고기는 생전 처음 봤다니까. 어제 네가 잡은 두 마리도 꽤 좋은 놈이기는 했지만 말이야.”“내가 잡은 고기, 그까짓 거야 뭐.”소년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너두 뭐 좀 마실래?”주인이 물었다.“싫어요.”소년은 고개를 저었다.“모두 할아버지를 귀찮게 하지 말라고 일러주세요. 저는 돌아가봐야겠어요.”“내가 마음 아파하더라고 전해줘.”
문에출판사, '노인과 바다' 중에서
“이젠 할아버지하구 같이 나가서 잡기로 해요.”“안 돼. 나는 재수가 없는 사람이야. 나에겐 운이 다됐나 보다.”“운이 다 뭐예요. 운은 제가 가지고 가면 되잖아요”소년이 말했다.“너의 가족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
문에출판사, '노인과 바다' 중에서

 

주관적 생각

『노인과 바다』는 다른 고전 문학서에 비해 짧은 중편으로 단조로운 이야기 구성이지만 홀로 바다에 나가 황새치를 잡으며 피 냄새를 맡고 쫓아온 상어들과 죽음의 사투를 벌이고 결국 앙상한 뼈만 가지고 돌아온 그의 허무함이 씁쓸하게 전해진다. 불운 만이 가득하다 생각했던 그가 살기 위한 집념과 투지는 그에게도 행운이 깃들고 있음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마놀린과 재회하며 함께 운을 나누자는 어린 마놀린의 말에서 뭉클함이 느껴진다.

​이런 감정의 전달은 위 네 책 모두 동일하게 느낄 수 있다. 각 책들의 번역이 약간씩은 다르지만 전체 문맥을 놓고 본다면 잘 어우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아래는 각 역자로 하여금 추가로 얻을 수 있었던 의외의 내용들이다.


『더디』의 황재광 역자는 『노인과 바다』에서는 상징성에 대해 상어와 사투를 벌일 때 손에 못이 박혀 비명을 지르고, 언덕 위에서 있는 오두막으로 돛을 짊어지고 올라가는 모습이 갈보리 언덕으로 올라가는 예수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고 한다. 아울러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이름 역시 성경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과 일치한다고 한다. 

 


『문예출판사』의 이경식 역자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그 후 노인은 황금색으로 빛나는 긴 바닷가의 꿈을 꾸었다. 사자 몇 마리가 이른 새벽 어두컴컴한 바닷가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이윽고 다른 사자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노인은 이물의 나무 널빤지에 턱을 괴었다. 그곳에 닻을 내린 채 배는 육지에서 불어오는 미풍을 받고 있었다. 그는 더 많은 사자가 나타날까 하고 기다렸다. 그리고 그는 행복했다.

만년의 헤밍웨이에게 남아 있던 것은 위의 글에서 보이듯이 노인의 꿈속에 나타난 행복이었을지 모르고 이것을 스토이시즘이라고 하여도 좋을지 모른다고 한다. 


* 스토이시즘: 실천 도덕에서 희열이나 비애의 감정을 억압함으로써 평정하고 무관심한 태도로 운명을 감수하는 인생관을 말한다.​​


『민음사』의 김욱동 역자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푸른 파도 위에서」가 헤밍웨이의 친구인 어부 그레고리오 푸엔테스의 실제 경험을 그린 논픽션이라면,  『노인과 바다』는 산티아고라는 허구적 인물을 등장시킨 소설이라는 것이다. 헤밍웨이는 논픽션에 살을 붙이고 피를 토하게 하여 『노인과 바다』라는 예술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위 세 역자의 해설서는 저마다 개성은 있지만 역시 참고서나 학술서 같은 느낌도 난다. '민음사'의 김동욱 역자의 해설서는 작품의 분량의 절반에 해당 정도의 상당한 분량으로 방대한 분행의 작품 해설을 보여주고 있다.

 


 

『더클래식』의 이수정 역자의 작품 해석은 아래의 제목으로 시작한다.

읽었다고 착각했던 명작의 가치,

오십 넘어 번역하며 발견하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역자는 헤밍웨이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본인이 번역을 하며 느낀 감정 그대로를 에세이처럼 녹여내고 있다.

 

나는 노인에게서, 나와 함께 늙어가는 내 남편, 동기, 친구, 지인들을 보았고, 이미 늙은 내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보았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데 늘 문을 열어둔다는 동네 할머니를 보았고, 아직 늙지는 않았지만 미국에 가족을 두고 한국에서 취업해, 하루 일을 마치고 텅 빈 원룸으로 돌아와 “외로워. 엄마 보고 싶어”라고 문자를 보내는 딸아이를 보았고, 또 무수한 사람들을 보았고, 그리고 나를 보았다.

 

그리고, 이 문장에서 내 생각과 같음을 느꼈다.

 

밍웨이가 상징주의를 표방했든, 달가워하지 않았든 《노인과 바다》를 읽는 데에,
그리고 그 독서의 가치를 얻는 데에 그게 과연 중요할까 싶다.

 

작품 해설이라기보다는 번역 후기와 같은 진솔한 이야기는 소설의 감동을 한층 더 높여 주게 되었고, 그가 번역을 맡음에 감사함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나 역시 작품에 더욱 고취될 수 있었다.

네 편 모두 훌륭한 번역을 하고 있음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난 지금 내가 느낀 감정을 나누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지 헤밍웨이의 철학이나 그의 배경, 스타일을 알고 싶은 게 아니다. 언젠가는 파고들겠지만.

아직은 나의 문학적 소양이 높지 않기에 황새치가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지금으로선 중요하지 않다. 

고전문학이라고 오래전부터 내려온 비평과 평론을 고수할 것이 아닌 시대 변화에 맞게 제일 먼저 변화해야 할 시대를 넘나드는 공감의 문학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벽을 허문 공감대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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