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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책리뷰] 김약국의 딸들, 박경리 장편소설

by jjvoka 2022.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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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 박경리 장편소설

  • 저자 : 박경리
  • 출판사 : 마로니에북스
  • 출간일 : 2013년 03월 25일

작품의 배경

출처 : 나무위키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김약국 일가의 흥망성쇠를 그린 『김약국의 딸들』은 대를 이은 일가의 가슴 아픈 애환을 그리고 있다.

​박경리 작가를 되새겨 볼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라 느낄 수 있는 건 배고프고 고달팠던 시대 배경과 함께 사람 내음 느껴지는 등장인물들의 묘사와 표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책은 완벽할 정도로 짜임새 있는 구성 또한 몰입의 요소이고 작가의 아름다운 배경과 사물 묘사가 곳곳에 나오며 그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김약국의 딸들』은 1962년, 율유문화사에서 출간된 판본을 시작으로 나남 출판사(2003), 휴이넘 (2007)을 거쳐 2013년 마로니에북스에서 집필 당시 본문을 온전히 되살린 판본을 재 출간한다. 

『김약국의 딸들』은 박경리 작가의 또 하나의 대표작으로 작가의 첫 성공작으로 작가가 추구한 '생명주의 사상'의 근간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후 1969년부터 1994년까지 25년간 대하소설 『토지』를 집필하며 한국 대하소설의 한 획을 긋는다.

 


요약 줄거리

통영의 안뒤산 기슭 간창골에 김봉제 형제가 살고 있었고, 이중 동생 봉룡은 선비 같은 형과 달리 광기와 혈기왕성한 젊은이였다. 봉룡은 선조에 대한 자부심에 오만불손하였고 막내아들로 자라 자기 의사를 거역하는 것을 광적으로 싫어했으며 그런 성격상의 겸함은 그를 난폭자로 만들었다.

 

봉룡은 첫 아들을 낳은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는데, 어느 날 아내를 찾아온 한 낯선 남자를 봉룡이 목격하게 된다. 사내는 숲으로 달아났고 광기에 휩싸인 봉룡은 불륜이라도 저질른 아내를 대하듯 죽일 듯 매질하였고, 칼을 뽑아들고는 숲으로 사내를 찾아 나선다.

 

한치의 부끄러움 없던 봉룡의 아내는 결국 비상을 먹고 자결한다. 사내를 쫓아갔던 봉룡은 피 묻은 칼을 들고 돌아오게 되고 아내가 자결한 것을 보게 되며 소문이라도 날까 우려하여 친정에도 알리지 않고 장사를 치른다. 소문 금방 퍼졌고 친정 오라버니들이 달려온다. 불리함을 느낀 봉룡은 형 봉제의 도움을 받아 도망친다.


​이후 봉룡의 아들이었던 '성수'는 형인 봉제에 의해 키워지고 봉제가 죽은 후 관약국을 이어 받아 '김 약국'으로 불리게 된다.

 

성수가 김약국 자리를 물려받고 그의 부모가 살던 일명 '도깨비 집'으로 불리던 그의 부모집을 중수하여 그곳으로 옮겨온다.

 

김약국의 부인 한실댁은 자손이 귀한 집에 시집을 와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았지만 여섯 살 되던 해에 돌림병에 걸려 죽게 된다. 

그렇게 한실댁은 첫 아들을 잃은 후 연달아 다섯 딸만 낳게 된다.

큰딸 용숙은 샘이 많고 만사가 칠칠하였고, 둘째 딸 용빈은 영민하고 훤칠한 지적인 여성이었으며, 셋째 딸 용란은 말괄량이지만 달나라 항아리같이 어여뻤다. 넷째 딸 용옥은 딸 중에 제일 인물이 떨어지지만 손끝이 야문 살림꾼이며, 막내 용혜는 막내의 상냥하고 귀여운 착한 아이였다.

​김약국은 시대의 변화에 어장을 운영하며 가세를 키워간다. 하지만 김약국 집에도 딸들에게 하나 둘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긴다. 심지어 큰 빚을 내어 벌인 어선 사업마저 사고로 큰 손해를 보게 되고 다시 어장 사업을 시작하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가세는 끝도 없이 기울게 된다. 

집안의 우환은 셋째 딸 용란으로부터 발생되고 한실댁의 죽음과 넷째 딸 용욱의 죽음이 이어져 안타까운 가족사를 보여준다. 거기에 용란은 정신마저 이상해지며 누이들과의 식사 중 대화는 눈물을 짓게 만들었다.

 

용혜는 밥그릇과 보시기를 용란 앞에 놓아준다. 용란은 의아하게 동생과 형을 번갈아 보다가 빙긋 웃는다. 그리고 밥그릇을 와락 잡아당기더니 허기진 사람처럼 밥을 입속에 쓸어 넣는다.

"이 개기 참 맛나더라! 도미찜인가? 어장에서 개기 가지고 왔나?"

김치를 우둑우둑 씹으면서 용란은 도미찜이라 한다

김약국의 딸들, P.352




김약국 또한 결국 위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 그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며 용빈과 용혜는 떠나며 허망함 속 깊은 여운을 남기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새까맣게 탄 얼굴로 김약국은 임종을 앞두고 있었다. 맑은 눈이다. 의식도 분명한 듯하였다. 그의 눈은 흐느끼고 있는 용혜로 향하고 있었다. 노오란 머리칼이 물결친다. 김약국은 오래오래 용혜를 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천천히 이동한다. 시원하게 트인 이마만 보이는 고개 숙인 용빈에게 옮겨 간 것이다. 용빈은 김약국의 시선을 느끼자 얼굴을 들었다. 오열과 같은 심한 떨림이 그 눈 속에서 타고 있었다.

김약국의 딸들, P.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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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속에 느끼는 삶의 회환

태생부터 불운을 가득 안고 부모 없이 자란 김약국(성수)과 그의 가족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만 같았다.

 

부모부터 이어진 비극이 그와 그의 아내 그리고 그의 자식들까지 이어지며 그가 겪는 말년의 삶은 비극의 끝을 치닫는다.  

소설을 보는 내내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건 이런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들의 전개가 안타까움 속에 가슴 뭉클한 연민을 자아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책에는 배경과 사물을 표현하는 작가의 아름다운 문장들이 곳곳에 나온다.

이 문장들을 처음 보았을 때 여러 번 돌아보게 만들었고 한참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다음날 보아도 늘 새로운 문장인 것처럼 질리지 않고 그 아름다움과 상황이 고스란히 느껴지니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작가의 필력에 경외심마저 들기도 한다.

 

로가 지나고 나서 하늘은 가을답게 높아지고, 바람은 제법 선들거리며 수풀은 흔들었다. 판데 너머 용화산의 산봉우리는 푸른 하늘 속에 뚜렷이 솟아 있었다. 산 중턱에는 벌써 단풍이 드는지 누릿누릿 물들고 있었다. 바다 빛은 더욱 푸르고, 해명나루 쪽에서 나룻배 한 척이 하느적거리듯 건너오고 있었다.

김약국의 딸들, P.258



새터 아침장은 언제나 활기가 왕성한 곳이다. 무더기로 쏟아놓은 갓 잡은 생선이 파닥거리는 것처럼 싱싱하고 향기롭다. 삶의 의욕이 넘치는 규환속에 옥색 안개 서린 아침,휴식을 거친 신선한 얼굴들이 흘러간다.

김약국의 딸들, P.302

"고고한 파초의 모습은 김약국의 모습 같았고, 굳은 등 밑에 움츠리고 들어간 풍뎅이는 김약국의 마음 같았다. 매끄럽고 은은하고 그리고 어두운 삧깔의 풍뎅이 표피, 한실댁은 그 마음위에 앉았다가 언제나 미끄러지고 마는 것이라 용빈은 생각했다. (P.97)" 

 

용빈이 어머니가 아버지를 대하는 모습을 보며 떠올린 묘사인데 너무도 아름다운 표현에 내 안에 품고 싶다는 열망마저 생기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어설프게 따라 했다가는 미사여구로 치장하고 자아도취에 빠질 것이 분명하기에 오래도록 필사하며 마음에 새기기로만 한다.

​한 가족의 흥망성쇠와 비극적인 삶의 연속이지만 책은 다양한 인간 군상과 삶의 애환이 녹아져 있기에 녹녹치 않은 지금의 삶과도 회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지금도 독서는 지속되고 있지만  2022년도 마지막 책으로 마무리하며 김약국의 딸들은 가슴속에 오래도록 새겨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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