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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 Life

가을 끝자락 선자령 백패킹, 실행이 답이다 (feat. 대중교통)

by jjvoka 202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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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이 답이다

 

가을 끝자락 선자령 백패킹

글, 사진, 영상 ⓒ보카

 


올여름휴가 때 향남 오토캠핑장에서 노숙 체험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캠핑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평상시 경험하지 못한 극한의 체험들은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이로 인해 자존감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침을 느끼게 되었다.

중요한 건 극한의 고통을 맛보고 난 후 어지간한 산행은 자신감이 들며 본격적인 백패킹 장소를 물색하는데 백패킹 성지로 알려진 곳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백패킹 3대 성지,

"선자령, 비양도, 굴업도"

솔직히 섬에 대한 추억이 좋지 못했기에 섬은 제외하고 '선자령'을 대상으로 꽤 많은 자료를 검색한다.

유튜브 채널에도 선자령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어 큰 도움이 되었는데 중요한 건 '쉽다'와 '누가 쉽다 그랬어!'로 나뉘는 걸 본다.

딱, 태행산 검색하며 느낀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결코 쉽지 않은 곳이겠군!'

안되겠다 싶어 비장한 각오로 평일 퇴근 후 야간 산행 시 배낭을 메고 산행을 하기도 하고 광교산을 트래킹을 통해 체력단련에 나름 신경 쓴다.

선자령 백패킹을 목표로 하며 가장 중요한 건 대중교통을 이용한 산행을 계획했다.

차량으로 이동 시 KT 송전탑 부근이나 국사성황당 부근 주차 시 좀 더 편하게 오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번 산행을 하며 해당 구간들을 살펴보니 그렇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 이번 체험은 극한으로 달리고 싶었다.

차량 없이 순수하게 대중교통으로만.

동계용 장비,

10월 말이라지만 선자령 부근 야간 체감온도는 영하의 날씨로 보였다.

지금 내가 사용하는 텐트인 몽가2와 LW180 침낭은 삼계절에 적합하지 동계용으로 상당히 부족하다. 이로 인해 텐트와 침낭을 동계용으로 추가 마련 하는데 이를 두고 언 한달은 고민한 것 같다.

일단, 기존 2인용 텐트에서 1인용 텐트로 크기를 줄이고 동계에도 사용할 수 있는 텐트를 물색한다.

마음 같아선 당연히 50~60만 원대의 알려진 브랜드의 텐트를 구입하고 싶었지만 가성비를 우선으로 하여 결국 '힐맨 윈드 1 블랙 에디션'을 구입한다. 내가 구입한 가격은 138,000원에 무게나 부피도 몽가 2보다 확실히 덜 나간다.

몽가 2는 내부가 매쉬로 되어 있어 보기만 해도 춥다는 게 느껴지지만 '힐맨 윈드 1 블랙에디션'은 나일론 재질의 내부 구조에 플라이를 씌우고 나니 극동계에도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침낭은 기존 LW180의 적정온도가 10~20도 내외이기에 동계용으로 탈락이다.

최소 영하 10도 정도까지 버틸 것을 감안했을 때 어지간한 침낭 특히 구스다운의 경우는 그 가격이 넘사벽이다.

텐트도 10만 원 중반의 것을 구입해놓고 침낭에 50~60만 원을 투자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고는 역시 10만 원 선에서 물색하고 '네이처아머'의 마약침낭이라는 제품을 구입한다. (네이처아머 스토어에서 99,000원에 구입했다)

여기에 보조배터리를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는 2만 원 중반의 캠핑용 전기장판을 추가로 하나 구입한다. 핫팩도 준비하지만 그래도 등이라도 따뜻하면 도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자료 수집,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가기 위해 '선자령 백패킹 대중교통'으로 검색해 보니 이미 많은 선구자들의 포스팅을 볼 수 있었다.

일단, 횡계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야 하고 횡계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하루 4번 운행하는 대관령 휴게소행 시내버스로 갈수 있음을 확인한다.

 

중요한 건 내가 거주하는 병점에서 동서울 터미널이나 남부터미널로 가야 하는데 전철로 이동하자니 가야 할 여정이 꽤나 벅차 보인다. 다행히도 인근에 남부터미널까지 가는 광역버스인 8501버스가 다니는 것을 확인한다.

 

20kg에 육박하는 배낭을 짊어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게 보통일이 아니다. 자칫 민폐남이 되어 SNS에라도 올라올까 우려도 되었다.

"집 → 정든공원 → 8501버스 탑승 → 남부터미널 → 횡계시외버스 터미널 → 양떼목장행 버스 탑승 → 대관령 마을 휴게소 도착"

남부터미널에서 횡계행 오전 7시 40분 차 티켓을 미리 끊었다.

 

'티머니 GO'라는 앱을 통해 예매하였는데 고속버스 예매 앱이 여러가지가 있는 것 같다.

단풍철이다 보니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7시 40분 출발 차는 조기 마감된다. 오전 11시 차편은 횡계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대관령 휴게소로 가는 오후 2시 막차를 놓칠 승산이 매우 높다. 만약 놓칠 경우 횡계 시외버스 터미널 길 건너편에 택시들이 꽤 서있는데 휴게소까지 대략 만원 정도 비용이 발생하는 것 같다. (근데 버스비만 내면 될 것을 만 원이란 돈은 매우 ...)​​

목적지는 대관령 마을 휴게소,

집에서 '정든 공원'까지 20kg에 육박하는 배낭을 메고 가보니 대략 16~17분 정도 소요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일주일 배낭 메고 체력 훈련 겸 나름 모의 훈련을 했었다)​​

아침 첫차가 정든공원에서 오전 5시 27분경에 도착하고 대략 한 시간 내외로 남부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기에 일찌감치 일어나 준비한다.

 

 

 

배낭이 사람 크기만 하다 보니 출퇴근 러시아워에 걸리면 민폐도 보통 민폐가 아님을 느끼니 첫차로 이동하게 된다.

사람도 없었는데 맨 앞 줄에 앉을 걸 그랬다.

다행히도 버스 안에는 5~6분만 탑승했고 큰 눈치 보지 않고 남부터미널에 도착한다. 이때 잠깐 당황했던 건 정류장에 붙어 있는 노선도에는 '남부터미널'이 나와 있지 않아 매우 당황했었다. 카카오 버스 앱을 믿기로 하고 꿋꿋하게 버스를 기다렸다. (안 서면 어쩌나 상당히 긴장했었다..)

남부터미널에 도착하니 6시 30분쯤 되었고, 커피라도 한잔할 생각으로 터미널 내로 들어가는데 편의점이 문 닫혀 있었다. 7시 좀 넘으니 식당 한 군데와 편의점이 문을 열었다. 대략 이곳은 7시 이후부터가 영업시간인듯싶다.

터미널 내부로 들어오니 20번 게이트가 보이지 않는다. ​​

인색한 표지판, '강원'하나만 더 넣어주지!!

터미널 안으로 들어와 안으로 쭉 들어오면 '경기, 충북' 저곳으로 나가면 바로 근처에 20번 게이트가 위치하고 있다.

처음엔 내가 잘못 왔나 싶어 매표소에 가서 20번 게이트를 물어보았는데 안쪽으로 있단다. '경기, 충북' 표지판에 '강원'이라고 하나만 더 넣어주면 될 것을 상당히 인색함이 느껴졌다.

인생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렇게 7시 30분쯤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는데 우리 기사님 성격이 은근히 까칠하시다.

"짐칸에 배낭 넣어도 되죠?"라고 물으니 버럭 하면서 "문 열어 놨잖아요!!'하시는 게다.

도를 닦는 마음으로 가는 여행인지라 최대한 "네... 네..".

해당 고속버스는 주문진까지 가는 버스이고, 횡계전에 두 군데 정도 시외버스 터미널에 정차한다. 이때 상황에 따라 5~10분가량 정차하니 기본으로 3시간은 훌쩍 넘는다.

좌석마다 USB 충전 포트가 있지만, 2개 충전 시 문제가 있다. 1개만 충전하는 데는 이상이 없다.

횡계 시외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면 내가 알아서 짐칸을 열고 배낭을 꺼내야 한다. 이런 건 다른 글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공항 리무진버스처럼 기사님이 문 열어주고 꺼내주는 줄 알았다. 전혀 그런 거 없다. 알아서 눈치 보고 재빠르게 행동하는 것만이 서로 얼굴 붉히지 않는 방법이다.

 

말로만 보던 '원칼국수'가 보였고, 이곳에서 대관령 마을 휴게소로 가는 버스를 탑승해야 하는데 10시 10분 차를 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10시 30분경 도착해 11시 15분 차를 타기로 한다.​​

1번 플랫폼으로 시내버스가 들어온다

중요한 건 비가 오는 게다. 한동안 비 한 방울 안 내리다가 갑자기 이날 비가 오는 이유는 뭔지.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부슬부슬 가랑비로 내려 다행이랄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버스에 승차하면 대략 10여 분 정도로 '대관령 마을 휴게소'에 갈수 있는데 도중 두 군데 정차한다.

'대관령 → 횡계3리' 정류장을 거쳐 우리의 종착지인 '대관령 마을 휴게소'에 도착한다. 이런 정보는 듣도 보질 못해 '대관령'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 내려야 하는 줄 알았다.

그냥 쭉 앉아 있으면 종점이 '대관령 마을 휴게소'인 게다.

그럼 내리는 건 둘째치고 '어디서 다시 타야 되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하차하고 나니 바로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가 출발 시간에 맞춰 떠나려 대기하고 있는 게 보인다. ​​

대관령 마을 휴게소 입구쪽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내린 후 바로 보이는 저 정류장에서 잠시 정차하며 승객을 기다려 준다. ​​

출발시간은 미리 숙지하고 기억해 놓도록 한다

시내버스는 신용카드 후불 교통카드를 그대로 사용했기에 기존에 사용하던 카드를 사용하면 될 것 같다.

참고로 주 고객이 백패커 들이라 그런 건지는 몰라도 기사님도 상당히 친절하시고 인사도 잘 받아주신다. (동해고속과는 극과 극...)

이곳 식당에서 돈까스와 장칼국수를 먹는 포스팅을 많이 보았다.

중요한 건 식당 입구 쪽에 키오스크로 주문해야 한다!! 이건 몰랐다.

내가 간 날은 식당 사장님 혼자서 일하고 계셔서 매우 바빠 보였는데 분위기상 키오스크 주문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침부터 한 끼도 먹지 않아 뒤늦게 우동에 김밥 한 줄 먹는다. 산에서 먹을 저녁과 아침거리로 김밥 2줄도 포장으로 했다. 먹거리라곤 포장된 훈제닭과 참이슬 포켓 세 병이 오늘의 양식이다.

바로 옆 CU에 들려 1리터 생수와 500리터 생수 한 병을 추가로 구매한다. 그리고, 식당도 이용했으니 당당하게 빈 물통에 물도 채워 넣는다. 물 몇 병 보충했다고 3~4kg은 늘어난 느낌이 든다.

맥주라도 몇 캔 사고 싶었지만 무게가 만만치 않아 포기했다.

백두대간 선자령,

휴게소를 바라보고 오른쪽 방향이 등산로로 가는 방향이다. 이렇게 알려주는 포스팅이 없었다.

왼쪽으로 가면... 뭐 이렇게 써져 있어 어디를 기준으로 왼쪽일까?라는 궁금증이 몰려왔다. 뭐 지도 맵을 키고 확인해 보니 휴게소를 바라보고 오른쪽이었다.​​

CU를 바라보고 오른쪽 방향으로 올라가야 등산로로 갈 수 있다. 저곳에서 가급적 최대한 보급하도록 한다.​​

난 제일 무난한 맨 끝 쪽 등산로로 올라가기로 한다.

등산 안내도 표지판 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올라간다.

하산하면서 여러 길이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일단 제일 기본이 되는 길로 가보았다.

비는 그칠 생각은 안 하고 부슬부슬 내린다.​​

말로만 듣던 송전탑이 보인다.

이곳에 육안상 한대 정도 세울 수 있을 자리가 보이긴 했다. 여기까지 차를 가지고 와도 꽤나 체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건 사실이긴 하다.

뭐 차 가지고 와도 여기까지 올라오지 않았을 것 같다.

날씨는 온통 뿌연 안개로 가득하다.

일반적으로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고들 했다. 간혹 도중 쉬다 가시는 분들은 2시간도 소요됨을 볼 수 있었다.

꽤 오른듯싶다. 소나무길을 지나 정보를 수집하며 보았던 애기 나무들이 보인다.​​

이쯤 되면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하면 되겠지만 그래도 은근히 가파른 고개가 좀 남아 있다.​​

탁 트인 초원과 가을 풍경, 그곳에 멋지게 우뚝 서있는 풍력발전기를 상상했었다.

그런 거 없었다.

그냥 뿌연 실루엣만 오르는 내내 보인다. 가시거리 20m 내외로 앞만 보고 가게 된다.​​

드디어 정상에 다다른다.

저 '백두대간 선자령이'란 우뚝 선 비석을 보았을 때 왠지 모를 울컥함이 몰려온다. 영상을 촬영하고 있어서 참느라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렇게 백두대간 선자령 앞에서 당당하게 포즈를 취해본다.

대략 1시간 30분 남들이 말하는 그 시간대에 오를 수 있었다.

거의 쉬지 않고 올랐고, 표지판이 잘 돼 있어 크게 길도 헤매지 않고 올라올 수 있었다.

제일 걱정이었던 20kg 백팩을 메고 과연 1시간 30분 이상을 오를 수 있을 가였는데 태행산처럼 극한의 고통은 없었다. 오히려 등산객 두 분을 앞질러 올라갈 정도였으니..

그래도 산행은 언제나 힘들다.

보금자리,

뿌연 안갯속에 어디다 자리를 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심지어 날씨마저 꾸물하니 백패킹 하는 사람들이 한 명도 보이질 않는다.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램블러 앱에서 '선자령 백패킹'으로 검색해서 찾아놓은 지도의 위치로 일단 이동한다. 정상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이었고, 일단 그곳에 자리를 푼다.

자리를 잡고 있는데 두 분 정도가 큰 배낭을 짊어 메고 내 주변에서 자리를 찾는 게 보인다.

'아~ 여기가 맞구나.' 그제야 안도가 된다.

그런데 바닥이 만만치 않다. 초원의 잔디는 비를 머금고 있거나 물웅덩이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어 자리 잡기가 참 애매한 상황이었다.

행여 선자령 똥 바람이라도 불어올까 걱정되어 사일리지를 등지고 텐트를 설치했다.​​

확실히 몽가 2의 넓은 실내를 보다 1인용 실내는 30평 아파트 살다 18평 아파트로 이사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도 뭐 발 뻗고 잘 수 있는 공간이었고 가지고 간 배낭도 넣을 수 있기에 크게 나쁘진 않았다.​​

원래 계획은 피칭 후 넓은 초원을 바라보며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거였다.​​

안개는 자욱하고 해가 저물어 갈수록 체감온도는 영하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니 내가 생각했던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그냥 텐트로 들어와 책을 잡아보지만 좁디좁은 곳에서 책이 읽히지 않는다.​​

'에이! 그냥 챙겨온 소주나 먹자!'

이번 백패킹의 특징이라면 비화식으로 가자라고 생각했기에 소주와 안주거리만 챙겨갔고 현지에서 조달하여 가기로 했었다. 뭐 하룻밤 자는데 잔치를 벌이고 오는 건 아니다 싶어서였다.

그렇게 훈제 뒷다리와 소주 한 팩으로 길었던 여정의 짐을 풀어 놓는다.

그치지 않는 비,

피곤했는지 오후 5시 넘어 잠시 눈 붙이고 10시경 눈을 떴다.

비 오는 소리에.

분명 일기예보에는 흐림으로 나와 있었는데 비가 제법 쏟아진다. ​​

 

항상 새 텐트 개시 때 비가 오는 게 내 징크스가 되는 거 아닌가 싶다.

행여 물방이라도 떨어지거나 물이라도 세서 침낭을 다 젖으면 어쩌나 걱정부터 앞선다. 다행히도 물기 가득 머금고 뿜어댈 것처럼 보였지만 안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중요한 건 내가 얼어 죽지 않았다는 것.

다만,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지면 이 땐 또다시 생각해 봐야 될 것 같다.

그런데 전기매트가 의외로 실망감을 안겨준다.

오후 5시경 취침하여 밤 10시에 눈 떴을 때 10,000mAh 짜리 보조배터리가 거의 0%에 다다랐다. 집에서는 콘센트에 연결해서 사용해서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아무래도 전기매트는 전원 있는 환경에서 사용해야 할 물건으로 보인다. 그냥 집에서 써야겠다.

새벽 2시쯤 지났을까.

비는 그쳤고 잠시 밖을 보니 하늘에서 별이 쏟아진다. 하지만 엄청난 추위가 텐트 안으로 들어오니 머리만 내밀었다 재빨리 문을 닫았다.

나가서 사진이라도 찍었어야 했는데 시베리아 한기가 느껴져 바로 침낭 속으로 들어가 아쉽게도 별들의 잔치를 볼 수 없었다.

아, 그리고 실수라면 슬리퍼나 크록스를 챙겨갔어야 했는데 깜박했다. 화장실이라도 다녀올 때 매번 등산화를 신고 벗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역시 생각만 했지 깜박하고 못 챙겨온 게 아쉽긴 하다.

다음엔 꼭 챙겨가는 걸로!

그렇게 잠시 눈을 붙인다.

짧은 조우,

6시경 눈을 뜬다.

일출 시간을 보니 대략 6시 45분경으로 나온다. 좁은 공간에서 뒤척이다 간신히 선잠을 잔듯싶다. 심지어 악몽에 온몸은 천근만근, 생각해 보니 20kg 넘는 배낭을 짊어 메고 올랐으니 어깨가 상당히 뻐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6시 30분경부터 주위를 배회해 보는데, 분명 어제 나까지 3~4동으로 보였는데 꽤나 많은 백패커 분들의 텐트가 보였다.

'다들 언제 온 거래.....'

나침반 앱을 설치하고 동쪽을 찾아본다. 아니나 다르게 사람들이 삼삼오오 그곳에 모여 있는 게 보인다.

7시가 다 돼갈 무렵 두터운 운무 속에 피어오르는 태양빛이 보이기 시작하고 끝내 일출을 보게 되었다.​​

'너에게만큼은 허락 못해!'라고 어제만 해도 호통치던 신령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는데 아주 멋진 일출과 선자령의 자태를 한껏 보게 된다.​​

'아~ 이게 선자령이구나!'

양떼 목장은 몇 번 와봤기에 그 감흥은 알고 있었지만 노숙 후 맛보는 멋진 절경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도 잠시.

30분도 채 안돼 갑자기 안개가 밀려오는 게 보인다.

'다음에 다시 오게나~'라는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느낌과 동시에 순식간에 안개로 자욱 해진다.​​

이곳저곳에서 텐트 젖은 플라이어 터는 소리가 들려온다.

간밤에 이미 김밥도 다 축내고 잤었기에 일찌감치 내려가 요기라도 해야지라고 생각하니 몸과 마음이 분주해진다.

그렇게 8시 30분경에 짐을 다 정리하고 하산하는데 선자령 넘어 반대로 넘어갈까 하다 빨리 내려가고픈 생각에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간다.

등산보다 힘든 것,

하산 길 역시 지난번 태행산 때처럼 크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조금 내려가다 보니 역시 땀이 송글 송글 맺히며 온몸에 화로라도 지핀 양 더워지기 시작하니 과감히 재킷과 티셔츠를 벗어던지고 반팔 차림으로 내려온다.

등산객들이 연이어 오면 문제는 안되겠는데 드문드문 올라오는 등산객들과 만날 때면 '안녕하세요~'를 외쳐주는데 이게 어찌나 힘들던지..

나름 포커페이스를 하고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심지어 중간 부분에서는 한 노부부의 사진도 배낭을 짊어 메고 찍어 준다.

"힘드실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어휴~! 전 괜찮습니다!"

올라오시는 분들 중에 여기서 잤느냐는 등 신기한 눈빛으로 물어보시는 분도 계셨고, 어떤 분은 선자령이 얼마나 남았냐고 묻기에 보편적인 멘트를 나도 써먹을 수 있었다.

"조금만 올라가면 선자령이에요.. 거의 다 왔어요!"

KT 송신탑을 지나 국사성황당으로 가는 갈림길이 보여 그리로 내려가는데 임도로 되어 있고 등산객들이 없어 혼자 유유자적 내려올 수 있었다.

역시 오르는 시간이나 내려오는 시간이나 거의 비슷한 것 같았다.

휴게소에 다다르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온다.

10시 25분에 시내버스가 오고 아직 30분 정도의 여유가 있지만 음식을 시켜 먹기엔 애매하기에 먹음직스러운 핫도그 하나로 허기를 채워준다.

4,000원. (먹지말걸..)

긴 여정의 끝,

10시 25분.

10시 20분 즘 시내버스가 도착했고, 10시 25분에 정확히 출발한다.

나 같이 백패킹 하러 온 듯한 젊은 두 여성분도 버스에 탑승한다.

횡계에서 남부 터미널까지 가는 차편은 하루 세 번 있고, 오전 7시 20분, 오후 12시 50분, 오후 4시 10분이다. 이중 난 미리 오후 12시 50분 차편을 예약했었다.

10시 40분 즘 도착하니 12시 50분이란 시간이 상당히 길게만 느껴진다.

원칼국수에서 칼국수라도 하나 먹을까 싶었지만 아까 먹은 핫도그가 뱃속에서 요동을 친다. (핫도그 괜히먹었다는 후회감)

챙겨간 책을 들었지만 피로함이 몰려와 문자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냥 시간 될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시간이 되고 버스가 제시간에 들어온다.

재빨리 버스로 이동해 버스 짐칸을 연다. 이미 훈련되었기에 다른 짐이 있어 옆 칸을 열고 넣었다.

그런데, 함께 시내버스를 탑승한 처자분들 자리가 없어 보여 옆 칸을 열어 주고는 탑승했다. (거기까지만...)

해드폰 배터리가 거의 바닥을 칠 무렵 다행히도 승차 QR을 찍을 수 있었고, 고속버스에 마련된 USB 포트로 충전을 한다.

오면서 며칠간 읽었던 '수상한 중고상점' 리뷰도 쓰며 복귀 코스를 생각해 보는데 만만치가 않다.

시간대가 시간대인 만큼 8501버스로 복귀는 무리가 있어 보였고, 일단 3호선, 2호선, 4호선, 1호선으로 갈아타는 멀고도 험한 복귀 코스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 교대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 사당까지 갈 때가 가장 힘들었다. 웬 사람이 그리도 많은지 제대로 민폐 끼치고 온 것 같다.

실행이 답,

일주일 전 갔었어야 했다.

그때 갔었다면 비도 오지 않았을 것이고 화창한 날씨와 멋진 경관을 한껏 담아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뒤늦게 표를 예매하려니 이미 매진되어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차를 끌고라도 갈까 꽤나 고민했었다.

생각해 보면 내 의지가 없었던 게 분명하다.

반복되는 수레바퀴와 같은 삶 속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한계를 막연히 느끼곤 한다.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극명히 나뉘지만 분명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음을 알고 있다.

이번 선자령 백패킹을 통해 크게 느낀 점이라면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었기에 원을 풀었던 계기가 되었고, 막연히 걱정되었던 모든 것들을 극복해가며 무사히 복귀할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래,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고 결국 실행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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